창세기에서 아브라함과 이삭이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 사건은 성경 독자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면서도 의아해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브라함은 두 번(이집트, 그랄), 이삭은 한 번(그랄) 같은 행동을 반복했죠.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왜 이 '실수'가 대를 이어 반복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왜 "누이"라고 속였을까? (동기와 배경)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을 위한 공포와 당시의 사회적 배경 때문입니다.
- 생명 위협: 당시 외부인(나그네)이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낯선 땅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권력자가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남편을 죽이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아브라함과 이삭은 "아내"가 아닌 "누이"라고 말함으로써 본인의 목숨을 지키려 한 것입니다.
- 불신과 두려움: 아브라함과 이삭 모두 그랄 왕 아비멜렉의 땅에 머물 때 "이곳에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법적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극단적인 자구책이었던 셈입니다.
2. 왜 실수가 대를 이어 반복되었을까?
이삭이 아버지 아브라함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에는 몇 가지 관점이 존재합니다.
- 상황의 유사성: 이삭도 아버지처럼 '흉년'을 피해 블레셋 땅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버지가 겪었던 위기 상황이 아들에게도 똑같이 닥쳤을 때, 인간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대처법(생존 본능)이 발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학습된 행동 패턴: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의 삶의 궤적을 보고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위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정 내에서 공유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위기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의 방식을 답습한 '가계의 흐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인간적 연약함: 성경은 이들이 믿음의 조상이지만, 동시에 우리와 똑같이 두려움을 느끼고 실수하는 '연약한 인간'임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인간은 위기 앞에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다 눈앞의 수단을 먼저 의지하려는 속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3. 두 사건의 흥미로운 차이점
| 구분 | 아브라함 (창세기 12장, 20장) | 이삭 (창세기 26장) |
| 속임수의 정도 | 사라와는 실제로 이복누이 관계였음 (절반의 진실) | 리브가는 친누이가 아님 (완전한 거짓) |
| 발각 과정 |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거나 재앙을 내리심 | 아비멜렉이 이삭과 리브가가 껴안는 것을 우연히 봄 |
| 결과 | 많은 재물을 얻고 떠남 | 백배의 수확을 얻고 그 땅의 거부가 됨 |
요약하자면
아브라함과 이삭은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본능적인 위기 앞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이들의 반복되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들의 가정을 보호하시고 결국 약속을 지켜나가시는 '은혜의 신실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성경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거짓말'의 반복을 넘어 하나님의 언약(Promise)과 인간의 연약함이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성경이 왜 이 부끄러운 실수를 반복해서 기록했는지, 그 신학적 의미를 4가지 핵심 포인트로 짚어드리겠습니다.
1. '언약의 성취'는 인간의 실력에 달린 것이 아니다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하나님으로부터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많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위기 상황에서 그 약속을 지키실 하나님을 신뢰하기보다 자신의 꾀(거짓말)를 의지했습니다.
- 성경적 교훈: 이들의 실수는 "믿음의 조상조차도 이토록 형편없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들을 보호하신 이유는 그들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맺으신 '언약'을 하나님 스스로 지키시기 위함입니다. 즉, 구원은 인간의 도덕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짐을 강조합니다.
2. '가계의 흐름'과 죄의 연약함
이삭이 아버지와 똑같은 실수를 한 것은 성경이 말하는 '죄의 전수성' 혹은 '영적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 학습된 불신앙: 자녀는 부모의 입술의 말보다 삶의 방식(위기 대처 능력)을 먼저 배웁니다. 아브라함이 기근 때 이집트로 내려가 거짓말을 했던 패턴이, 똑같이 기근을 만난 이삭에게 '가장 합리적인 생존 전략'으로 대물림된 것입니다.
- 연약함의 반복: 성경은 의인은 없으며(로마서 3:10), 믿음의 세대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자아를 쳐서 복종시키지 않으면 언제든 옛 본성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3. '여자의 후손'을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창세기 3장 15절의 '여자의 후손(메시아)' 약속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은 매우 긴박합니다. 사라나 리브가가 이방 왕의 아내가 되어 혈통이 섞인다면, 메시아가 오실 순결한 통로가 오염될 위기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 강권적인 개입: 아브라함과 이삭은 자기 아내를 포기(방임)했지만, 하나님은 꿈에 나타나시거나 상황을 막으셔서 그들을 데려오게 하십니다. 이는 사단이 언약의 통로를 끊으려 할 때마다 하나님이 강권적으로 개입하여 역사를 보존하신다는 '구속사적 승리'를 보여줍니다.
4. 시험의 장소: 기근과 그랄
아브라함과 이삭이 모두 기근(배고픔) 때문에 거주지를 옮겼을 때 이 실수를 범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믿음의 테스트: 성경에서 '기근'은 종종 믿음을 시험하는 무대로 등장합니다. 하나님은 약속의 땅에 머물기를 원하셨으나, 그들은 생존을 위해 이방 땅으로 향했습니다.
- 교훈: 약속의 땅을 떠나 세상적인 방법(거짓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결국 더 큰 위기(아내를 빼앗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신앙적 인과관계'를 보여줍니다.
💡 성경적 통찰 요약
이 반복된 실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인간은 반복해서 실패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그 실패보다 크며, 결국 하나님이 당신의 목적을 이루신다."